Blockchain

DevConnect 2025: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이더리움의 미래

Node Guru 2026. 1. 1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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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DevConnect 2025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남미 특유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개발자들의 지적인 호기심이 뒤섞여 행사장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논의를 넘어, 블록체인이 실질적으로 인류의 경제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들이 쏟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비탈릭 부테린의 세션 내용을 중심으로, 현장의 감동과 제가 느낀 고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장의 분위기: 기술과 열정이 만나는 지점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은 이더리움 생태계가 이제는 성숙기를 지나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이슈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높은 곳이라 그런지, 현지인들의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카페테리아나 휴게 공간 어디를 가도 레이어 2(L2)의 상호 운용성이나 데이터 가용성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정한 탈중앙화된 미래를 설계하려는 사람들의 진지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션의 핵심: 글로벌 결제 및 정산 네트워크로서의 이더리움

비탈릭은 이번 발표에서 이더리움의 역할을 <b>Global Settlement Network(글로벌 정산 네트워크)</b>로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이더리움을 월드 컴퓨터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전 세계의 수많은 금융 거래와 데이터가 최종적으로 신뢰를 담보받는 거대한 정산의 층(Layer)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사용자 경험의 통합: 현재 이더리움 생태계는 여러 L2 솔루션으로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브릿지를 이용하거나 네트워크를 수동으로 전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마치 하나의 체인을 쓰는 것처럼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2. 비용의 혁신적 절감: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L2 비용이 비약적으로 낮아졌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사용자를 수용하기 위한 기술적 로드맵이 제시되었습니다.
  3. 무신뢰성(Trustlessness)의 유지: 확장성을 확보하면서도 이더리움의 본질인 탈중앙화와 보안성을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과 깊은 고민들

발표를 들으며 저는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탈릭이 강조한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라는 개념은, 결국 기존의 스위프트(SWIFT)나 중앙화된 결제 망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리테일 결제나 송금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사실 그 이면의 정산(Settlement)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더리움이 이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면, 국경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신뢰 수준으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숙제도 분명해 보였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되어가고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이 거대한 기계의 복잡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추상화(Abstraction) 단계가 얼마나 빨리 완성될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한국 생태계에 전하고 싶은 인사이트

이더리움은 이제 연구실 안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글로벌 금융의 근간이 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한국의 개발자들과 기획자분들에게 제가 느낀 세 가지 포인트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 L2 생태계로의 과감한 이동: 이제 모든 서비스는 L2 위에서 설계되어야 하며, 각 L2 간의 장벽을 허무는 상호 운용성 기술에 주목해야 합니다.
  • 인프라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이더리움이 튼튼한 정산층을 제공한다면, 그 위에서 한국적인 특색을 살린 강력한 킬러 앱(결제, 게임, 실물 자산 토큰화 등)이 나올 차례입니다.
  • 탈중앙화 가치의 재발견: 단순한 효율성만 따진다면 중앙화된 DB가 빠릅니다. 왜 우리가 굳이 이더리움을 써야 하는지, 그 무신뢰성의 가치를 서비스 디자인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며칠은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혁명보다는 진화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정산의 토대를 쌓아가는 이더리움의 여정에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기여해야 할 때입니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느꼈던 이 뜨거운 열기가 실질적인 서비스와 기술적 성과로 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