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초여름의 싱그러움과 함께 도시 전체가 이더리움과 스테이킹에 대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번 Staking Summit 2025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1,200명 이상의 빌더, 투자자, 그리고 검증인(Validator)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테이킹의 미래를 논의하는 거대한 장이었습니다.
1. 뜨거웠던 현장의 분위기: 아르헨티나에서 본 '금융의 미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사회적 배경 때문인지, 암호화폐를 대하는 현지인들의 태도부터가 남달랐습니다. 단순한 투자가 아닌 '생존'과 '실질적인 금융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컨퍼런스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세션이 열린 쉐라톤 호텔(Sheraton Buenos Aires) 내부의 공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활기찼습니다. 과거의 스테이킹 행사가 주로 "어떻게 하면 보상을 더 많이 받을까?"에 집중했다면, 이번 2025년 서밋의 핵심 화두는 **"어떻게 하면 스테이킹을 전통 금융 시스템(TradFi)에 편입시킬 수 있는가?"**였습니다. 'Experiment(실험)' 단계가 끝나고, 'Infrastructure(인프라)' 단계로의 완전한 전환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습니다.

2. 세션 하이라이트: "Bridging the GAAP – 상장 기업의 DeFi 회계 처리"
이번 서밋에서 가장 실무적이면서도 묵직한 통찰을 준 세션은 BTCS의 VP of Engineering인 Benjamin Hunter의 발표였습니다. 그는 나스닥 상장사인 BTCS가 실제 DeFi와 스테이킹 업무를 수행하며 마주한 '회계와 공시'라는 거대한 장벽을 어떻게 넘었는지 생생하게 공유했습니다.
주요 논점:
- 수익 인식의 복잡성: 스테이킹 보상은 매초, 매 블록 단위로 발생합니다. 이를 일반 기업 회계 기준(GAAP)에 맞춰 어떻게 매출로 인식하고 장부에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 난제를 다뤘습니다.
- 내부 통제(Internal Controls): 상장 기업은 온체인 프로토콜을 사용할 때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갑 관리부터 보상 수령까지, 모든 과정이 감사(Audit) 가능한 형태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온체인과 전통 금융의 화해: 온체인 데이터는 투명하지만, 이를 전통적인 재무 보고서 형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정교한 '브릿지(Bridge)' 기술과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3. 세션을 듣고 난 뒤의 생각: "지루한 것들이 가장 중요해지는 시기"
그의 발표를 들으며 제가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이제 기술적 우위보다 시스템적 신뢰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나 높은 APY(연이율)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수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나 기업들이 스테이킹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회계 처리', '세금 신고', '감사 대응' 같은 지극히 '지루하고 딱딱한' 영역들이 먼저 해결되어야 합니다.
Benjamin Hunter의 발표는 바로 그 지루한 영역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스테이킹 보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회계 시스템에 자동 연동하는 기술이야말로, 스테이킹이 진정한 금융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한국 커뮤니티를 위한 인사이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변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 느낀 변화의 흐름을 한국의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스테이킹은 이제 '전문 영역'입니다: 단순히 개인 지갑에 예치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스테이킹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보안, 그리고 규제 준수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 리스테이킹(Restaking)과 그 이후: 현장에서는 에이전레이어(EigenLayer)나 심비오틱(Symbiotic) 같은 리스테이킹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습니다.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그만큼 위험 관리와 회계적 복잡성도 커질 것입니다.
- 한국 기업들의 준비: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ETF 논의와 함께 가상자산 회계 처리 기준이 정립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장사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Benjamin Hunter가 제시한 해결책들은 한국의 기업들과 규제 당국에도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마치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확인한 것은, 스테이킹 산업이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스테이킹은 변동성 큰 코인 시장의 덤이 아닙니다. 엄격한 회계 원칙 위에서 작동하고, 기관의 자금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디지털 채권'**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습니다. 이번 Staking Summit 2025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인프라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 경험이 한국의 스테이킹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